에레나가 된 순이
작사손로원
작곡 한복남
노래 도미도(안다성)
발표 1954년
이곡은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피난온 순이가 캬바레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속물적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전쟁 양시 매춘부와 술집 여성들은 양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남성들에게 항략을 제공했다. 순이는 대단한 퇴폐적 내용인듯하지만 노래의 너머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슬픔과 가난했던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다.
가사
순이 내가 왔어 얼마나 찾았다고 순이
순이라 순이가 아니에요
어제의 못난 순이는 죽고 이제 에레나에요
순이 돌았어 뜬 소문에 헛소문에 역마다 돌아서
항구마다 흘러서 오늘에야 만났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어때요 이 보석 귀걸이와 다이야반지를 보세요
그래도 순이라고 부르겠어요 난 싫어요 싫어
그 가난하고 비참한 순이가
그 순이가 싫어서 이렇게 에레나가 됐어요
이 더러운 년 가난해도 못살아도 한 세상 변함없이
매미우는 그 마을 물방아도는 그 고장에서 살자더니
이 다시는 고향 생각마라 난 간다
갈려면 가시구랴 누가 붙잡나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카바레에서
보았다는 그 소문이 들리는 순이
석유불 등잔 밑에 밤을 새면서
실패 감던 순이가 다홍 치마 순이가
이름조차 에레나로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 밤도 파티에서 춤을 추더라
사랑하는 칠석씨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날 용서하세요
이렇게 눈물을 깨물면서 용서를 비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아픈 마음
오늘 밤 낯설은 이 항구에서
고향별 바라보며 슬피 웁니다
그 빛깔 드레스에다 그 보석 귀걸이에다
목이 메어 항구에서 운다는 순이
시집 갈 열아홉 살 꿈을 꾸면서
노래하던 순이가 피난 왔던 순이가
말소리도 이상하게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 밤도 파티에서 웃고 있더라
곡해설
1954년 육이오전쟁이 끝난 직후다. 그런데 이 기이한 노래는 뭐란 말인가? 가사를 보면 의외로 퇴폐적 느낌이 강하고 고향을 버린 젊은 아가씨의 향략을 그리고 있다. 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노래보다 기이하다.
이 노래는 1954년 부산 도미도레코드사에서 한정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곡이다. '에레나'가 된 순이는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이다. 그런데 피난 오면서 오갈데가 없어지자 술집에서 일하게된 비운의 여성들을 상징한다.
에레나는 영어 헬렌에서 온 이름으로 서양식 여성 이름을 뜻한다. 당시 순이라는 이름이 한국 여성의 보편적 이름이듯 에레나는 서양식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순이나 에레나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왜 순이가 아닌 에레나일까? 그것은 과거와의 단절이자 절망의 이름이다. 순이가 억지로 에레나가 될 수 밖에 없는 비운의 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 외는 김성현의 <추억의 에레나> 위키리의 <항구의 에레나> 남일해의 <명동의 에레나> 등이 있다.
에레나는 당시 술집에서 일하는 접대부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생존을 이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비운의 상징이다. 1956년 당시 에레나로 불리는 여성들이 무려 11만이 넘었다고 한다.
열아홉이란 나이는 당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대부분 여성들은 시집가는 나이었고, 스물이 넘으면 노총각 노처녀 소리를 듣던 시대였다. 그러니까 에레나가 된 순이는 어머니께 결혼을 위해 신부수업을 받던 순진한 시골 여성인 셈이다. 하지만 전쟁은 그녀의 운명을 짓밟았고 절망과 슬픔으로 바꾸어 버렸다. 카바레서 남성들을 유혹하고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며 퇴페적 모습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초기 앨범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안다성(본면 안영길)이 재취입하면서 히트곡이 되었다. 처음 노래는 마지막 부분이 [오늘 밤도 양담배를 피고 있더냐]였다. 하지만 안다성이 부르면서 [오늘 밤도 파티에서 웃고 있더라]로 순화되었다.
그 외의 에레나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 / 인순이
내 사랑 에레나 / 이정선
마리아 에레나 / 불루벨즈
두고온 에레나 / 남일해 / 1965년
이미자가 부르는 <에레나가 된 순이>
유나의 거리 6회에 나오는 <에레나가 된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