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야 우지마라
작사 이서구(이고범)
작곡 김준영
노래 김영춘
발표 1939년
<홍도야 우지마라>는 1936년 악극 "사랑에 속도 돈에 울고"의 삽입극이다. 원노래는 대사가 들어가 있다. 1958년 <애정무정>으로 바꾸어 부르다 1965년 다시 <홍도야 울지마라>로 바꾸었다.
악극의 대사 일부
홍도 : 오빠! 저 창문 좀 열어줘요.
오빠 : 홍도야! 네가 또 영철이 생각을 하는구나. 그러니까 병이 낫느냐. 다 잊어버려라.
홍도 : 오빠! 잊어버릴 수가 없어요. 세상 사람들이 날 비웃고 천한 기생이라고 욕을 해도 그 양반만은 그렇지 않았어요.
오빠 : 그런 사람이 왜 부잣집 규수에게 장가를 들었느냔 말이다.
홍도 : 아니예요
오빠, 세월이 가면 다 아실 거예요. 그이는 꼭 제 품에... 제 품에 돌아 오실거예요.
사랑을 팔고사는 꽃바람속에
너혼자 지키려는 순정의등불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있다
아내의 나갈길을 너는지켜라
구름에 싸인달을 너는보았지
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달빛
하늘이 믿으시는 내사랑에는
구름을 걷어주는 바람이분다
홍도야 울지마라 굳세게살자
진흙에 핀꽃에도 향기는높다
네마음 네행실만 높게가지면
즐겁게 웃을날이 찾아오리라
<간주 중 대사>오빠 : 홍도야, 이 불쌍한 것아! 오빠의 학비를 대느라구 그 모진 고생을 했지 응, 홍도야,이제는 안심해라. 그리구 하루 빨리 병이 나아서 새로운 광명의 길을 이 오빠와 함께 걸어 가자구나. 응, 홍도야.
<홍도야 우지마라>는 현대인의 듣기에 기이한 노래다. 언뜻 들어보면 힘들고 어렵지만 오빠가 니 옆에 있으니 거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단지 그런 노래일까? 알고 보니 사연이 많은 노래이다. 이 노래는 1936년 7월 동양극장에서 공연된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주제곡이었다. 악극은 이런 대사로 시작된다.
"머지않은 옛날, 구한말 개화 시대에 철수란 대학생과 순이라는 여동생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정한 남매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배움을 뒷받침할 돈이 없어 순이는 이름까지 홍도라고 바꾸고 홍등가에서 뭇 사나이들에게 웃음과 노래를 팔며..." 즉 여동생이 오빠의 뒷바라지를 위해 술을 팔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홍도 때문에 오빠는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순사가 된다. 드디어 홍도도 이제 화류계를 빠져나와 시집을 가게 된다. 하지만 과거의 생활이 시어머니에게 탄로 난다. 시어머니는 견디지 못하고 홍도를 날이면 날마다 박대하고 괴롭힌다. 견디다 못한 홍도가 어느 날 칼을 시어머니에게 휘두르게 되고 홍도는 살인미수로 붙잡혀 오게 된다. 그런데 슬프게도 홍도를 붙잡으러 온 사람이 자신이 뒷바라지했던 오빠였다. 홍도는 설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른다. 오빠도 슬퍼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생긴 가사가 "홍도아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 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인 것이다.
1965년 영화에는 홍도의 남편은 오빠의 친구 영호이다. 영호는 부모의 반대에도 홍도와 결혼한다. 하지만 영호은 얼마가지 않아 외국 유학을 떠나게 된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없는 틈을 타서 홍도를 집에서 쫓아낸다. 수년이 지나 영호는 유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홍도가 집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지만 부모의 뜻을 따라 부유한 집안의 딸과 약혼을 하게 된다. 홍도는 이 소식을 듣게되고 약혼식장에 가서 약혼녀를 칼로 찌른다. 경찰이 출동하여 홍도를 체포하는데 하필 그 경찰은 홍도의 친오빠였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에 삽입곡이었던 이 노래는 원제목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악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전용 극장이었던 동양극장의 전속극단이었던 청춘좌에 의해 1936년 7월 23일부터 31일까지 초연되었다. 당시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던 시절 더운 여름은 비수기였다. 하지만 극장을 놀릴 수는 없어 급하게 연극을 만들어 올렸다. 첫 악극은 월탄 박종화가 쓴 <황진이>를 각색하여 만든 <명기 황진이>가 올라갔다. 비수기였음에도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와 좌석을 채웠다. 두 번째 악극은 춘원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를 각색해 올렸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시골에서도 몰려 초만원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왕직에서 공연 중지를 요구해 8일 만에 공연을 끝내야 했다.
다음에 올릴 곡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막을 내린 상태라 극단은 마음이 급했다. 지배인이었던 홍순언은 무명의 작가 임선규가 동양극장에 입사할 때 제출했던 극본을 찾아내고 그걸 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박진과 최독견은 임선규의 극본을 읽고는 과도하게 신파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다른 대안도 없었기에 그냥 올리기로 한다. 제목을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로 고치고 올렸다. 임선규를 처음부터 이 극본을 동양극장의 대표 배우였던 황철광 차홍녀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 이름도 본명과 거의 비슷하게 철수와 홍도로 지었다.
연극이 시작되자 극장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인파가 몰려온 것이다. 연극이 시작될 때면 동양극장 앞을 다니는 전차가 인파 때문에 가지를 못 할 지경이 되었다. 순사들이 극장 앞에 대기하면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기까지 했다고 한다. 특별히 기생의 삶을 다룬 것이라 경성 시내에 수많은 기생이 연극을 보기 위해 찾아와 연극을 보았다고 한다. 미모의 기생들이 연극을 보러오니 또한 그 기생들을 보기 위해 남정네들이 몰려와 극장은 자리고 뭐고 할 것 없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 홍철와 차홍녀는 일약 스타가 되고 전국순회공연을 다닌다. 하지만 차홍녀는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오면서 병을 걸레 22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홍도야 우지마라>에 주인공 홍도는 조선시대 실제 기생이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홍도 차홍녀와 기생 홍도]를 참고 바람.
나훈아가 부르는 <홍도야 울지마라>
가사
사랑을 팔고 사는 꽃바람 속에
너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
구름에 쌓인 달을 너는 보았지
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 달빛
하늘이 믿으시는 내 사랑에는
구름을 걷어 주는 바람이 분다.
주현미가 부르는 <홍도야 울지마라>